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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따가워 나뭇잎들이 옹기종기 모여 만든 그늘에서 푹 쉬고 싶은 어느 여름날.

"타니! 그만해, 이만 내려와!"
"괜찮아 날 믿으라고 팀! 나 나무 잘 타는 거 알잖아?"

나무 끄트머리에 걸린 셔틀콕을 되찾기 위해 한 아이가 나무에 올라탔다.

"타니... 제발 그냥 집에서 다시 꺼내오자. 응? 집에 들어갔다 나오면 되잖아. 굳이 나무에 올라간 걸 다시 가져올 필요가 없어! 너무 높아서 다 못 올라갈 거야!"
"싫어! 집에 들어갔다가 유모가 그만 놀라고 하면 어떡해? 어른들이 우리 안 볼 때 더 놀아야 한단 말이야."

나무의 울퉁불퉁한 면을 작은 손가락으로 꽉 붙잡은 아이는 천천히 두손발과 몸을 착 붙여서 나무의 몸통을 올랐다. 엉금엉금 기어올라갈 때마다 아이의 구불구불거리는 긴 머리카락이 좌우로 흔들렸다. 아이가 열심히 나무를 타고 있자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나뭇잎이 아이의 얼굴에 내려앉았다. 아이는 후후 입김을 불어 나뭇잎을 떼었다.

"올라가면 어떻게 내려오려고?"
"거꾸로 내려오면 되지! 팀, 우리 그동안 나무 잘 타왔잖아. 뭘 자꾸 그래? 괜찮다니까~"

나무 밑에 있는 팀은 자신의 쌍둥이를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나무를 타는 아이와 같은 검빛의 정돈된 머리카락이 바람에 의해 엉클어졌으나 팀은 나무를 타는 제 남매를 걱정스럽게 쳐다볼 뿐이었다. 햇볕은 여전히 따가워 아이는 한손으로 눈가에 그림자를 만들고 다른 한손은 주먹을 꽉 쥐었다. 아이들은 종종 마당에서 놀 때 마당의 왼쪽 가에 있는 나무에 올라타 나무 몸통의 끝부분인 나뭇가지가 사방으로 펼쳐져 생기는 작고 아늑한 공간에 서로 몸을 붙대어 그 위에서 나뭇잎으로 놀곤 했다. 팀은 지난날의 놀이들을 기억하고 있었고 자신의 쌍둥이가 하는 말의 요지를 잘 이해했다. 타니는 이전처럼 나무를 잘 올라탈 텐데. 근데......

"타니아... 근데 오늘은 불안해. 이 나무는 우리가 그동안 올랐던 나무랑 좀 다르잖아. 그리고 너무 높다니까? 잠깐만 휘청거려도 위험할 수 있어."
"날씨도 좋고 바람도 잘 불어서 땀도 식고, 완전 나무타기 최적의 날씨인걸? 어휴, 너는 너무 신경을 많이 쓰는 거 같아. 그냥 이따가 내가 셔틀콕 던지면 밑에서 잘 받아둬!"

코웃음을 치며 벌써 셔틀콕이 걸린 나뭇가지 위치까지 올라온 타니아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쉼호흡을 한번 하고서 나무의 큰 몸통 중앙에서부터 셔틀콕이 걸린 두꺼운 나뭇가지 쪽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나무늘보가 나무에 매달리듯, 굵은 나뭇가지에 온몸을 달라붙어 기어가길 몇십 초가 지났을까. 마침내 셔틀콕의 깃털이 타니아의 쭉 뻗은 손끝에 닿았다.

"됐다!"

타니아는 조금 더 기어가서 아예 셔틀콕을 손아귀로 잡았다. 이제 팀에게 던지고 내려오면 된다! 생각보다 쉽고 재밌어서 아이는 웃으며 말했다.

"이것 봐! 내가 잡았어. 해냈다!"
"한 손으로 흔들지 마! 이제 빨리 던지고 내려와."
"알았어, 알았어. 던진다 받아!"

타니아는 있는 힘껏 팀을 향해 셔틀콕을 던졌다. 두손으로 잡은 셔틀콕을 뒤로 뺐다가 앞으로 내던지면서 상체도 같이 기울어진 그순간, 나뭇가지가 휘청거렸고 타니아는 당황해 잽싸게 나뭇가지를 짚으려 손을 밑으로 휘저었다. 그러나 아이의 손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고 덩달아 나뭇가지 밑에서 몸을 지탱하고 있던 엇갈린 다리가 풀렸다.

"타니!"

계속되는 흔들거림. 나무 위에 보이는 태양의 빛은 타니아에게 너무 따가워서 아이는 눈을 질끈 감았다.

꽉 감은 시야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어야 했다.

머리에 느껴진 충격 이후 정신을 잃은 타니아는 그 무엇도 떠오르지 않고 시간이 지나 침대 위에서 눈을 떴어야 했다.

아무 것도 떠오르지 말았어야 했다.

궁금하지 않은 처음 본 사람의 생애. 그 사람의 가족과 친구와 주변환경. 성격, 생활방식, 문화. 그 모든 것들을 통틀어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취미생활.

그 만화에는 타니아의 가족에 대해 적혀 있었다.

엄마, 아빠, 팀. 자신을 제외한 드레이크 가족의 미래가 그 만화에 그려져 있었다.

엄마가 납치당한 날 죽었다. 아빠와 팀은 심히 슬퍼했다.
아빠가 악당에게 죽었다. 팀은 울며 아빠의 시체를 바라봤다.
팀은 혼자 남아 가까운 사람 누구도 의지하지 못한 채 양아버지의 생존을 증명하기 위해 떠나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근데 왜 팀이 혼자야? 나는... 어디 있는데?

그 만화에 타니아 자넷 드레이크는 존재하지 않았다.

"헉!"

두 눈이 부릅 뜨였다. 타니아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코에서 느껴지는 알코올 냄새와 눈앞의 하얀 병실은 타니아에게 자신이 입원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팔에 링겔이 연결되어 있었고 머리를 만져보니 딱딱한 붕대가 느껴졌다. 아, 내가 나무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쳤구나.

"타니? 오, 신이시여. 우리 아가 깨어났구나. 기분이 어떠니?"
"아가, 머리는 괜찮니? 어지럽지 않아? 정말인지 엄마는 너무 걱정했어. 일어나주어서 정말 고맙단다, 우리 아가."
"타니! 나는... 네가 떨어지고서... 타니...... 내가, 내가 말했잖아. 올라가지 말라고! 흑,"

아.

"팀! 미안해, 울지 마. 응? 나 일어났잖아. 지금 머리 하나도 안 아파! 괜찮아, 괜찮아."

​지금 이곳에 자신의 가족들이 있었다.

"다음부턴 꼭 내 말 들어... 나 감 좋은 거 알잖아."
"응. 꼭 들을게. 다음부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그래 타니아. 셔틀콕을 가지러 나무에 올라탔다가 떨어졌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란지 아니? 너희들이 자유롭게 노는 건 좋지만, 이번 같은 위험한 일이 또 일어난다면 당분간 바깥놀이는 딱 1시간만 허용할 거야."
"네 엄마. 다음부턴 꼭 안전하게 놀게요."
"나무에 뭐가 걸려도 가지러 올라가지 말고, 아가. 셔틀콕이 집에 얼마나 많았는데."
"다음부턴 걸려도 안 올라갈 거예요 아빠."

나를 걱정해주고 사랑해주는 부모님이 여기 있다.

"그, 타니아. 너가 왜 나무에 올라갔는지 설명하다 보니까 우리가 종종 올라갔던 나무의 비밀 장소에 대해서도 얘기해버리고 말았어."
"그래서 이젠 더는 비밀 장소가 아니다? 그리고 금지당했다?"
"응. 그리고 아니. 아빠가 사다리랑 작은 비밀아지트를 만들어주겠대! 담부터 이런 일이 안 생기도록 말이야."
"와!"

나와 태어날 때부터 함께 했던 내 쌍둥이가 여기 있다.

"아빠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 딸."
"그리고 엄마도 사랑해요."
"엄마도 타니를 사랑해."
"팀도 사랑해."
"나도 사랑해!"

그리고 나도 여기 있다.

타니아는 자신의 가족을 절대 잃고 싶지 않았다.

지킬 거야. 무조건 지켜내고 말겠어.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함께 할 거야! 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야!

이런 기억들을 보여준 세상이 원망스러우면서도 보여주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타니아는 파들거릴 것 같은 입꼬리를 최대한 위로 끌어올려 웃었다. 아직 가족이 앞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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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코믹스 가족드림 캐릭터 주인공 소설입니다
팀 쌍둥이 드림이에요
10화 정도 쌓이면 조아라 투고 예정.

타니아 자넷 드레이크
Tania 불꽃 같은 여왕

팀과 같은 검은색에 아빠를 닮아 구불구불한 곱슬머리카락을 지녔다. 6살 현재 등허리까지 내려오며 앞머리는 없다.
새파란 눈. 팀보다 더 올라간 눈꼬리, 고양이 상 느낌.

앞으로 차차 올릴 것.
이미 머릿속에는 다 컸습니다...! 다 커서 뱃팸이랑 잘 어울리고 있어요 하지만 타니아의 성장기를 적고 싶어서ㅠ
원작 읽으면서 스토리 구축합니다 큰 줄기는 이미 정해졌어요

조만간 프로필이랑 그림 올릴 듯!
 
T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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